뉴시스-도산서원, 500년 만에 서책 등 주인에게 돌려준다

관리자 2022.04.29 15:00 조회 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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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헌통고 (사진=한국국학진흥원 제공)

[안동=뉴시스] 김진호 기자 = 도산서원이 500여년 만에 서책과 목판 등을 주인에게 돌려준다.

29일 한국국학진흥원에 따르면 내달 2일 도산서원 전교당에서 국학자료 반환 및 인수인계 기념식이 열린다.

도산서원운영위원회가 한국국학진흥원에 기탁한 '문헌통고(文獻通考)' 133책과 '적선(積善)' 목판 2점을 영천이씨 농암종가로 반환하는 행사이다.

도산서원은 도서를 보관하는 '광명실'과 책판을 보관하는 '장판각'을 설립한 후 온도와 습도에 취약한 도서와 책판을 온전히 보존하기 위해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정성과 노력을 쏟아왔다.

2003년 항온·항습 수장고 시설을 완비한 한국국학진흥원에 1만여 점이 넘는 다량의 유물들을 기탁하면서 보존·관리의 어려움을 마침내 해결했다.

하지만 도산서원이 기탁한 유물 가운데 '문헌통고' 133책(348권 140책 중 7책 결락)이 명종 임금이 1558년 당시 사헌부집의에 재직 중이던 하연(賀淵) 이중량(李仲樑, 1504~1582)에게 직접 하사한 책으로 밝혀졌다.

이중량은 농암 이현보(李賢輔, 1467~1555)의 넷째 아들이다.

책 속에서 '책 주인 영천 이 공간(公幹, 이중량의 字)이 진성(眞城) 이 경호(景浩, 이황의 字)에게 보라고 주다(冊主永陽李公幹 供覽眞城李景浩)'라는 기록도 찾았다.

이에 따라 도산서원운영위원회와 퇴계종가는 퇴계 선생이 돌아가시기 전에 남긴 "빌려온 책은 모두 돌려주라"는 유지를 되새기며 반환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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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선' 목판 (사진=한국국학진흥원 제공)

퇴계 이황과 하연 이중량은 서로 막역한 친구이다.

1534년(중종29) 문과에 동방급제한 후 관직 생활과 더불어 일생을 함께했다.

이후에도 두 가문은 안동 예안에서 대대로 세거하며 오랜 세월 동안 가문 간 정의를 돈독하게 다져왔다.

그 정의가 두텁지 않았다면 500년 전에 빌려준 책을 500년 후에 돌려주는 일이 성사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게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도산서원운영위원회는 이번 행사를 기회로 도산서원 장판각에 보관돼 있다가 한국국학진흥원에 기탁된 선조 어필 '적선' 목판도 함께 돌려주기로 결정했다.

이 목판은 농암 선생의 여섯째 아들 매암(梅巖) 이숙량(李叔樑, 1519-1592)이 선조에게 하사받은 것이다.

정종섭 한국국학진흥원장은 "책이 귀하던 시절 133책이라는 큰 규모의 책을 빌려주며 돌려볼 수 있었던 것은 두 선생이 서로의 학문을 깊이 인정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두 분의 학문에 대한 열정과 보기 드문 깊은 우정, 그리고 그 뜻을 이어가는 후손들의 미담은 바쁘고 삭막한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좋은 귀감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jh9326@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