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일보-[세상보기] 한국 종가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가치와 전망

관리자 2021.10.27 14:42 조회 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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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배용 전 이화여대 총장·한국의 서원 통합보존관리단 이사장

한국의 종가가 갖는 세계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는 정신적인 무형적 측면과 물질적인 유형적 측면으로 구분해 말할 수 있다. 모든 문화유산들은 종합성을 지니고 있으며 종가문화는 더욱 그러하다. 종가문화는 인물과 성씨의 정착과 변천사, 혈연과 지연을 매개로 성장발달 해 온 양반 문화의 실체로, 종가의 생활문화사 관련 유적과 유물이 그 증거물로 연계되어 있다.

종가문화란 종가에서 실천되는 문화적 전통을 말하며 종가를 통하여 대변되는 한국문화의 특징과 전통이 담겨져 있다. 종(宗)이라는 의미는 마루 또는 으뜸이라는 뜻이 있으며 동일 조상의 자손들이 한 마루에 모여 제례, 의례를 행하는 공동체적 정신문화의 원천이다.

종가는 유교의 종법 제도에 의하여 설립되는 사회 문화적 실체이다. 따라서 종가문화는 건축과 기록문화유산, 각종 의례와 음식, 구비문학, 그리고 동족기반과 관련된 각종 지원 시스템들을 두루 갖춘 종합문화유산이다. 그러한 관계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유형문화유산인가 아니면 무형문화유산으로 추진하는가에 준비 단계부터 방향이 명확하게 설정되어야 한다.

한편 종가문화는 봉제사, 접빈객이 중심을 이루면서 배려하고 섬기고 나누면서 공동체를 이끌어왔던 정신문화의 원천이기도 하다. 더불어 가양주를 비롯한 특이한 전통음식, 그리고 생활일기, 내훈, 편지, 상속문서, 족보 등 종가의 기록 자료들이 상세하게 전승되어 온 것에 미래 세대를 위해 보존할 만한 가치가 충분히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또한 종가의 건물인 종택은 하드웨어로서의 보존하고 전승해야 할 귀중한 가치가 있다. 사랑채와 안채, 사당, 정원이 규모 있게 배치되고 주변의 수려한 자연환경과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어 선비의 거처에 적용되는 이상적인 문화경관 구조를 갖추고 있다. 남녀가 유별하여 남성의 공간, 여성의 공간이 분리되어 있어도 세밀하게 소통하면서 안살림의 주인으로서 어머니의 권위를 세워주고 있다. 역할의 차이이지 지위의 차별이 아니었다. 그래서 종부들을 인터뷰해보면 지혜롭고 당당한 풍모가 보인다.

아울러 종가의 영역은 생활공간과 사당공간을 포함하는 종택에만 국한되지 않고 불천위의 묘소가 있는 선산과 재실을 포함한 제사공간, 아동 및 청소년기의 교육공간인 서당, 휴식 및 회합의 정자, 불천위로서 서원에 배향되어 있거나 그 가문의 선조로서 배향되어 있는 서원 등으로 확대될 수 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다. 종가의 가옥인 한옥, 한식, 한복 등 한국적인 의식주 생활문화가 모두 포함되어있는 종가문화의 독자성과 특별성을 우리 국민모두가 지키고 살려내야 한다. 농촌 인구의 도시 이주, 가족 구조의 해체, 핵가족과 주거문화의 변경, 농업 생산경제에서 도시 산업경제로의 전환 등 오랫동안 유지해온 종가 중 어느 한 가문이 지키기에는 사회경제적인 급격한 변화를 감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지나가고 없어지면 돈으로도, 권력으로도 다시 찾을 수 없는 것이 전통문화유산이다. 전통에 미래가 있다 했다. 역사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다.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신으로 종가마다 이어져 내려온 박애정신, 나눔과 섬김의 정신, 인간 스토리를 흥미롭고 유익하게 구성하여 찾아오는 내외국인에게 들려주어야 한다. 역사가 이어지려면 지킴의 정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주어야 한다. 바로 종가문화를 인류 보편적 가치로 살려내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출처 : 경북일보 - 굿데이 굿뉴스(http://www.kyongbu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