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장려상-후손들에게 서원의 의미는

관리자 2020.12.21 14:09 조회 1034
한국의 서원 온라인 콘텐츠 공모전 수기 부문 당선작


상격 : 장려상

접수번호 : CIP08300497
성명 : 이O연



제목 : 후손들에게 서원의 의미는


“There is an authentic village in Gyeong Ju city. You should visit there.”

한국인인 나보다도 한국을 구석구석 여행한 캐나다인 친구 낸시가 경주로 여름휴가를 간다는 나에게 특별한마을을 추천해줬다.

인정한다. 매년 여름휴가를 해외로 다니느라 국내여행에는 관심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코로나로 인해 국내여행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게 되었고, 한국의 아름다움을 적극 설파하던 낸시는 신이 나서 경주 구석의 여행지를 추천해줬다. 자꾸 유네스코를 이야기하길래, 낸시에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은 안동 하회마을이라고 정정해줬다.

아무리 내가 국내 여행지를 잘 모른다 해도 그래도 한국인인데 외국인이 추천해주는 여행지를 가야하나? 라는 자존심이 살짝 고개를 들긴 했지만 친구의 성의를 봐서 찾아보는 척이라도 하자는 마음으로 유튜브를 켜고 양동마을을 검색했다. 그리고 거기에는 안동하회마을과 함께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는 양동마을이 있었다. 하아...... 이러고도 내가 한국인이라고......

요새 뜨는 황리단길을 비롯하여 경주의 한옥이 유명한 것은 알고 있는데 이런 곳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혹시 하동에 위치한 박경리 토지마을 같은 드라마세트장 같은 곳은 아닐까? 고개를 갸우뚱하며, 내 눈으로 확인해볼 것을 기대하며 양동마을로 향했다. 양동마을은 내가 묵던 경주 숙소에서 차로 한 시간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입장표를 끊자마자 바로 시작하는 마을해설 프로그램을 따라갈 수 있었다.

대를 이을 아들이 없었던 풍덕류씨의 무남독녀에게 손씨가 장가를 오면서 경주 손씨가 터를 잡게 되었고, 또 손씨의 장녀에게 이씨가 장가를 오면서 여강 이씨가 뿌리내리게 되었다고 한다.

 

동방 5, 즉 동방의 다섯 현자 중 한 분 이신 회재 이언적 선생을 기리기 위해 세워졌고, 실제로 그분의 위패가 모셔져 있는 곳이 바로 양동마을에서 20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옥산서원이다.

경주 사람들은 확실히 다르네. 경주 어린이들은 방학에 서원 견학을 오는구나.”

에이~ 설마?”

, 주차장까지 가는 길에 차가 이렇게 많은데. 차마다 어린이들이 한두 명씩 타고 있잖아.”

그런데 정작 옥산서원 주차장에는 신기한 장면이 펼쳐지고 있었다. 어린아이들은 차에서 내릴 때부터 수영복을 입고 양팔에 튜브를 끼고 있었으며, 차 문을 열고나오니 고기 냄새가 진동했다. 세상에, 경주 사람들은 서원을 테마파크처럼 생각하나보구나!

실상은 조금, 실은 많이 다르긴 했다. 옥산서원 정문 앞까지 이어지는 옥산천 계곡은 울창한 나무와 평상처럼 넓고 평평한 바위와, 그 사이로 맑은 물이 졸졸 흐르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환경이었다. 워터 파크만큼이나 많은 가족단위 인파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선조들은 정말 좋은 터에 서원을 지었던 것이다. 흔히 알고 있는 배산임수는 물론이고, 서원 문밖으로 세 걸음만 걸어 나오면 바로, 투명하게 흐르는 계곡물을 바라볼 수 있고, 청명하게 흐르는 물소리를 들을 수 있으니 말이다.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명상의 효과가 생기는 듯 느껴질 정도였다.

정작 옥산서원 안에 들어간 사람은 나와 친구 단 둘뿐이었다는 사실이 조금 우습고 재미있긴 했지만, 덕분에 우리는 옥산 서원 전체를 세놓고 여유를 갖고 둘러볼 수 있었다. 대청에 앉아 사진도 찍고 브로셔도 읽고 휴식을 취했다.

결국 서원이란 게 이런 역할을 하는 곳 아닌가. 학문에 정진하기에 적합한 날씨와 구조를 가지고, 시가 절로 읊어질만한 곳 말이다. 그래서 후손들이 이렇게 여유를 갖고 조상의 지혜에 감탄하며 즐길 수 있으면 그게 의미 있는 것 아닌가!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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