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D Net Korea - [이창근의 헤디트] 디지털로 살아 숨 쉬는 한국의 세계유산

관리자 2022.02.17 11:08 조회 505
문화재 원형 보존과 가치 확산을 위한 ‘세계유산 미디어아트’

문화유산에 첨단기술을 접목, 문화재가 지닌 가치를 새롭게 창출하는 ‘세계유산 미디어아트’가 올해 전국 8개 지역에서 펼쳐진다.

이 사업은 방문객이 세계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ICT로 경험하도록 하는 디지털 향유 프로그램으로 2021년부터 문화재청이 지자체 국비지원 공모사업으로 시작했다. 지역별 유산의 특성에 맞게 디지털 워킹 투어, 실감콘텐츠, 미디어파사드, 인터랙티브 아트 등으로 구성되며, 문화재 현장에서 야간 디지털 산책 형식의 페스티벌로 진행된다.

2021 수원화성 미디어아트 모습

지난해 속리산 법주사(보은군)를 시작으로 백제역사유적지구(공주시·부여군·익산시), 수원화성(수원시)까지 유네스코(UNESCO)에 등재된 세계유산 보유 5개 지역에서 문화유산의 신비로운 경험과 새로운 감동을 제공했다.

세계유산 미디어아트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위축된 시민들에게 문화재와 예술, ICT가 융합한 첨단유산을 위로의 예술작품으로 선사, 지친 일상을 치유하는 문화백신이 됐다. 무엇보다 코로나19의 위험환경인 밀접·밀집·밀폐를 차단하며 온라인 송출, 야외 설치전시 개방형, 도보 이동 분산형 방식으로 안전하게 누릴 수 있도록 진행했다.

1차연도인 2021년, 전국 5개 지역의 세계유산 미디어아트는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며 체류형 야간관광을 견인하는 문화재 향유 방법의 뉴노멀을 제시했다. 관광 효과를 유발하는 지역별 특화 콘텐츠를 통해 관광산업, 지역경제 활성화의 성장동력으로 문화재 주변 상권의 활력을 높이는 문화유산관광을 이끌었다.

또한, 코로나 종식 후의 외래 관광객 유치를 위한 사전 해외 홍보마케팅으로, 각 지역 세계유산의 아름다운 풍광을 전 세계 한류 팬에게 온라인으로 전해 방한 관광을 대비한 외래 관광객 유치의 신한류 K-헤리티지 경쟁력을 확보했다.

세계유산 미디어아트 현황분석 표

세계유산 미디어아트 2차연도를 맞은 올해는 디지털 대전환이라는 사회적 흐름에 따라 예산과 사업이 확대돼 총 8개 지역에서 진행된다. 백제역사유적지구(공주시·부여군·익산시)와 수원화성(수원시) 4개 지역이 지난해에 이어 연속 추진하고, 고인돌유적(고창군), 통도사(양산시), 남계서원(함양군),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제주도) 4개 지역이 새롭게 진입했다.

고창·화순·강화 고인돌유적 중 고창 고인돌유적, 한국의 서원 중 남계서원,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 미디어아트로 올해 처음 구현된다. 산사-한국의 승지선원 중에서는 올해 통도사에서 만나볼 수 있다.

고창 고인돌유적 - 죽림리 지석묘군

이와 함께 문화재청은 '2023년 세계유산 미디어아트 공모사업'의 지자체 사전기획 지원사업으로 총 10개 지역에 R&D 예산을 추가 지원한다. 올해 7~8월에 진행될 공모에 각 지역이 현실적인 사업계획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지자체가 충분한 사업 설계를 할 수 있는 조사연구의 기획용역비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2023년 사전기획 지원사업 지역에는 지난해 한국의 15번째 세계유산이 된 ‘한국의 갯벌’ 중 서천갯벌, 고창갯벌이 포함됐다. 또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가 직접 관리하는 조선왕릉 중 지자체가 유일하게 관리하는 영월 장릉이 선정됐으며, 경주역사유적지구(대릉원지구)도 미디어아트 사전기획을 추진한다.

서천갯벌 장항스카이워크 항공촬영

올해 전국 8개 지역에서 개최하는 세계유산 미디어아트 사업에 있어서 지자체별 유산의 특성을 담은 기획·설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는 건물을 짓기 전 도면을 그리는 일과 같다고 볼 수 있다. 그 기반은 프리 프로덕션과 기획제작단의 가동이다. 공사로 치면 실시설계와 감리를 하는 건축사사무소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에 대해서 지난해 12월 양산에서 있었던 전국 지자체 통합워크숍에서 사업 발전전략의 화두로 논의된 바 있다.

미디어아트 프로덕션은 지역별 유산의 장소성, 가치 특성을 담은 콘셉팅과 스토리 개발이 핵심이다. 그것이 수립되면 스토리텔링에 따른 전체 프로그래밍과 테마별 초청작가 큐레이팅, 대상 유산의 스캐닝과 모델링, 참여 미디어아티스트와의 세미나, 파일럿 테스트를 거쳐 구상작품을 시뮬레이션한다. 이후 대상 문화재와 연출작품에 최적화된 하드웨어시스템을 설계하고 본격적인 콘텐츠 제작 과정(디자인-렌더링-맵핑-엣지블랜딩)을 거쳐 완성된 예술작품으로 관객과 만나게 된다.

그렇게 탄생한 세계유산 미디어아트는 역사의 현장에서 동시대성을 담은 공감력 있는 콘텐츠로 대중과 소통하게 된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술은 나날이 발전한다.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을 넘어 혼합현실(MR), 확장현실(XR) 등 우리는 메타버스 시대를 살고 있다. 문화예술에서도 최신의 첨단기술이 실감형 공연·전시 연출을 위한 주요한 표현기법으로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다.

대중에게 세계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디지털로 새롭게 경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해당 유산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분석을 바탕으로 한 마스터플랜 설계가 탄탄해야 한다. 프리 프로덕션이 중요한 이유다.

그래야만 문화재 ‘원형 보존’과 ‘가치 확산’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또한 그 유산이 과거의 문화재로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살아 숨 쉬는 오늘의 헤리티지가 돼 지역의 활력을 높이는 재생과 회복의 징검다리가 될 수 있다. 세계유산 미디어아트의 궁극적 목표다.

출처 : 이창근 헤리티지큐레이션연구소 소장·예술경영학박사(Ph.D.)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