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 [내가 읽은 책] 한국인의 마음을 읽다

관리자 2022.02.17 11:07 조회 393
나의 서원 나의 유학/ 이기동 지음/ 사람의 무늬 펴냄/ 2018
병산서원. 손인선 제공
병산서원. 손인선 제공

201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한국의 서원 아홉 곳이 등재되었다. ▷경북 영주의 소수서원 ▷안동의 도산서원 ▷안동 병산서원 ▷경주의 옥산서원 ▷대구 달성의 도동서원 ▷경남 함양의 남계서원 ▷전남 장성의 필암서원 ▷전북 정읍의 무성서원 ▷충남 논산의 돈암서원으로 이 중 세 곳은 아직 둘러보지 못한 곳이다.

이기동은 성균관대 유학과와 동대학원 동양철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츠쿠바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성균관대 유교문화연구소장과 대학원장을 역임했다. 동양 철학 속에 담긴 삶의 지혜를 '강설'이라는 알기 쉬운 오늘날의 언어로 옮긴 끝에 '사서삼경강설' 시리즈를 상재했으며, '동양 삼국의 주자학', '이색-한국 성리학의 원천', '공자', '노자', '장자' 등 동양 사상서와 교양서 다수를 출간했다.

"서원의 정문에 해당하는 누각에는 '풍영루'(風咏樓)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영'(咏)은 '영'(詠)과 같은 글자이므로, 풍영(風咏)은 풍영(風詠)이란 뜻이다. 풍(風)은 앞서 고사에서 보았듯이, 중점이 무에서 바람을 쐬겠다고 한 의미이고, 영(咏)은 노래를 하며 돌아오겠다고 한 의미이다.(중략) 우리나라에 풍류를 상징하는 누각이 많은 까닭은 공자의 유학 영향을 받은 탓도 있지만, 단군 이래 풍류 정신이 그 자체로 최치원을 비롯해 많은 학자의 성정을 거치고 유유히 내려오면서 한국 고유의 정신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기도 하다."(68, 69쪽)

경남 함양군 수동면 원평리에 있는 남계서원은 일두 정여창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건립한 서원으로 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에 훼철되지 않은 47개의 서원 중 하나이다. 유유자적하며 지내려 했던 정여창의 본심이 남계서원의 현판에서 느껴지는 듯하다. 이런 풍영루는 양산향교, 예천향교, 백학서원에도 있으며, 청도의 자계서원에도 비슷한 의미의 영귀루가 있다.

경주시 안강읍에서 조금 들어간 곳에 자리하고 있는 옥산서원은 세상 모든 것을 잊고 살 수 있어 학업에 매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대부분 서원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닌 우리 역사와 함께하며 당시의 시대정신도 같이 담고 있다.

'나의 서원 나의 유학'은 서원에 대한 관심을 어느 정도 충족시켜 주지만, 유네스코에 등재된 서원은 3곳만 소개해 아쉬움이 크다. 서원의 건립 배경과 찾아가는 길, 현판 내용 등 다양한 정보를 독자에게 들려주고 있는데, 서원 여행에 나설 때 이 책과 동행한다면 훨씬 알차고 재밌는 서원 여행이 될 것이다.

손인선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