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유네스코 세계유산 '한국의 서원 9곳', 국가가 통합관리한다

관리자 2021.11.29 15:00 조회 538
북한의 서원인 개성 숭양서원과 평양 용곡서원. 수양서원은 고려말 충신인 정몽주(1337~1392)와 조선 전기 학자 서경덕(1489~1546)을 모신 서원이다. 평양 용곡서원은 조선 후기 문신·서예가인 선우협(1588~1653)을 모신 서원이다. 숭양서원은 북한 국보문화유물 제128호, 용곡서원은 국보문화유물 제14호이다.
북한의 서원인 개성 숭양서원과 평양 용곡서원. 수양서원은 고려말 충신인 정몽주(1337~1392)와 조선 전기 학자 서경덕(1489~1546)을 모신 서원이다. 
평양 용곡서원은 조선 후기 문신·서예가인 선우협(1588~1653)을 모신 서원이다. 숭양서원은 북한 국보문화유물 제128호, 용곡서원은 국보문화유물 제14호이다.

지난 7월 한국의 서원 9곳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하지만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한국의 서원’ 9곳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면서 내건 권고사항은 9곳 서원의 통합관리 및 해설방안 수립이었다.

‘한국의 서원 9곳’을 하나의 세계유산으로 통합 관리하고 홍보 전략 및 관광인프라 구축 등에 체계적인 지원이 어렵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무엇보다 9개 서원을 14개 지자체(광역 6곳, 기초 8곳)가 관리한다는 한계가 노출됐다. 여기에 서원의 열악한 접근성과 예절 교육·체험 위주의 빈약한 콘텐츠, 낮은 인지도가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서원 9곳의 연간방문객 수(2018년)를 합해봐야 100만명을 밑돈 것이 단적인 예다. 소수서원과 도산서원 같은 주요서원의 연평균방문객 중 외국인 비율이 단 1.21%에 불과했다. 게다가 열악한 입지조건 상주인력 부재 등에 따른 목조문화재 훼손 및 안전사고 위험이 상존했다.

문화재청은 5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위가 권고한 사항을 마련하고 세계유산의 완전성과 진정성을 지키기 위한 5개년계획(2019~2024년)을 발표했다. 올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서원 9곳은 소수서원(경북 영주), 남계서원(경남 함양), 옥산서원(경북 경주), 도산서원(경북 안동), 필암서원(전남 장성), 도동서원(대구 달성), 병산서원(경북 안동), 무성서원(전북 정읍), 돈암서원(충남 논산) 등이다.

문화재청은 우선 9개 서원을 통합 관리할 주체와 홍보 및 활용방안 등을 포함한 통합관리체계를 2020년까지 마련할 방침이다. 안내판과 누리집, 홍보영상물, 해설사 양성 등도 통합추진한다. 또 건축행위로 인해 세계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Outstanding Universal Value)’가 훼손되지 않도록 세계유산 영향평가(HIA) 세부기준도 2021년까지 마련해 지자체에 배포할 방침이다.

문화재청은 ‘한국의 서원’의 세계화를 위해 중국과 일본, 베트남 등의 유학 관련 유적과 교류할 방침이다.|문화재청 제공
문화재청은 ‘한국의 서원’의 세계화를 위해 중국과 일본, 베트남 등의 유학 관련 유적과 교류할 방침이다.|
문화재청 제공

문화재청은 또 서원의 진정성·역사성을 높일 수 있는 보수정비 방안을 마련했다. 9개 유산을 하나의 유산으로 홍보하기 위한 전시·홍보공간을 확충하고 개선할 방침이다. 고증에 의한 원형복원을 위해 달성 도동서원의 수월루와 거인재를 해체보수할 방침이다. 또 경주 옥산서원과 안동 도산서원의 전시관을 확충하고 장성 필암서원의 경우 전시관을 리모델링한다. 또 서원의 역사성에 부합되지 않는 경관저해 시설물을 철거할 방침이다.

예컨대 영주 소수서원의 충효교육관 및 관리사무소 등과, 함양 남계서원 주변의 양계장이 철거된다. 안동 도산서원의 옥진각은 이건된다. 서원 주변 마을과 길 등을 정비해 역사경관을 조성하는 계획도 마련했다. 달성 도동서원을 역사마을로 조성하고, 안동 병산서원의 경우 서원입구~마을간 역사길을 정비한다. 한국서원의 인문정신을 계승한다는 차원에서 서원 주변을 명품둘레길로 조성할 방침이다. 이것은 “한국서원은 주변 경관 특히 누마루에서 바라보는 경관 때문에 주변경관과 중요한 관계를 맺고 있고, 나무와 다른 식물이 있는 경관 또한 하나의 속성에 해당한다”는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International Council on Monuments and Sites)의 평가에 부합하는 조치이다. 이코모스(ICOMOS)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자문기구이다.

문화재청은 또 북한의 개성 숭양서원(정몽주와 서경덕 추모서원)과 평양 용곡서원(돈암 선우협 추모서원), 그리고 벽성 소현서원(주자의 영정을 모시는 서원) 등과의 남북 서원교류사업도 펼치기로 했다. 서원 세계화를 위해 중국 취푸(曲阜)의 공자유적과 남부 안후이성(安徽省)의 고대마을, 일본 교토(京都)의 역사기념물, 베트남의 후에(미지막 왕조 수도) 기념물 복합지구와 호 왕조(1400~1407)의 요새 등과 교류할 방침이다.

문화재청은 또 서원 9곳에 소장된 전적 및 고문서·서화류·책판·현판 등 모두 2만7407건의 문화재를 목록화해서 기록유산의 DB(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할 계획이다. 정재숙 문화재청장은 “유네스코의 권고사항인 통합관리 체계 구축과 운영으로 잘 관리해서 한국의 인문적 가치를 대표하는 일류 브랜드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출처 : 이기환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