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장려상-학교 밖 참교육 공간, 소수서원

관리자 2020.12.21 13:55 조회 921
한국의 서원 온라인 콘텐츠 공모전 수기 부문 당선작


상격 : 장려상

접수번호 : CIP08310580
성명 : 서O정



제목 : 학교 밖 참교육 공간, 소수서원


몇 해 전부터 우리 부부는 여름휴가 때마다 아이들을 데리고 서원에 다니고 있다. 서원에는 학업에 매진하던 당대 유생들의 모습이 아로새겨져 있어 아이들에게 더 없이 좋은 교육적 가치를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우리 가족은 향교와 서원의 차이조차 모르던 시절부터 안동의 병산서원과 도산서원을 시작으로 경주 옥산서원, 함양 남계서원, 달성 도동서원 등을 차례로 방문했다. 각 서원마다 획일화되지 않은 독특한 아름다움과 특징을 지니고 있어 우리 가족 모두 서원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되었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질 즈음, 이번엔 경북 영주에 있는 소수서원에 다녀오기로 했다. 생각건대 코로나19로 팍팍해진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을 벗 삼아 유유자적 힐링하기에 서원만큼 좋은 장소는 없을 것 같았다. 다음날 우리는 이른 시간부터 차를 달려 소수 서원 앞에 섰다. 입구에는 [세계유산 한국의 서원’]이라는 표지석이 세워져 있었다. 영주의 소수서원을 포함해 아홉 곳의 서원이 지난해 세계유산 목록으로 등재된 것을 기념해 제작된 표지석이었다. 한국 서원의 보편적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마음이 뿌듯했다.

소수서원 입구에 들어서자 죽계천을 따라 수백 그루의 아름드리 소나무 군락이 나타난다. 각자 4~500년은 족히 됐을 법한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소수서원의 유구한 역사를 대변해주는 듯했다. 옛 선비들이 강학당 쪽으로 가지가 뻗은 소나무를 보고 공부를 하고 싶어 담장 안으로 고개 숙인 나무라며 학자수(學者樹)라 불렀다고 얘기해주니, 큰 아이는 소나무도 학업에 큰 뜻을 품는데 우리가 소나무에 져서야 되겠느냐며 우스갯소리를 한다.

정문인 사주문 안으로 들어서자 강학당이 눈에 들어온다. 강학당 툇마루에 걸터앉으니 자연을 벗 삼아 수학하던 옛 선비들의 고고한 정신이 새록새록 전해져 마음이 숙연해진다. 성리학과 함께 인성까지 수양하던 옛 유생들의 모습이 그려지는지 아이들도 제법 의젓한 모습이었다.

강학당 뒤편으로는 기숙사가 몇 채 들어서 있었다. 학구재와 지락재 등 학생 기숙사를 스승의 숙소인 직방재와 일신재보다 두 칸이나 물려 지은 것이 눈에 띈다. 스승에 대한 공경도 결국 타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오늘날 서원의 존재는 교사의 권위가 추락하고 집단 따돌림과 괴롭힘이 횡행하는 우리네 학교 현실에 큰 가르침을 전해주는 듯했다.

소수서원은 앞쪽에 강학 영역이 있고 뒤쪽에 제향 영역이 있는 다른 서원들과는 달리 서쪽에 제향 영역이, 동쪽에 강학 영역이 자리하고 있었다. 우리는 강학당을 지나 제향 영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에는 안향의 위폐를 모신과 문성공묘와 안향과 주세붕 등의 초상을 봉안한 영정각이 자리했는데, 각기 다른 건축물들이 자연과 한데 어우러져 하나의 조화로운 풍경을 완성하고 있었다.

소수서원을 비롯해 한국의 서원이 아직도 그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건 자연과의 조화를 우선해 건축물을 지었기 때문이다. 서원에 심어진 나무 한 그루에도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는 말이 결코 가벼이 들리지 않는 까닭이기도 하다. 서원은 이곳을 방문한 우리들에게 자연과 하나를 이루고 욕심을 버린 채 순리대로 조화롭게 살아가는 삶(물아일체: 物我一體)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이들의 얼굴을 바라보니 어느새 치기 어린 표정이 사라지고 한층 성숙한 모습이 엿보인다. 서원은 성리학과 관련된 우리나라 정신문명의 증거이자,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교육적 공간을 제공해주는 가치 있는 문화유산이다. 서원에서 유학자들이 행했던 제향과 교육은 오늘날까지도 그 명맥을 유지해 뿌리 깊은 제례의식과 높은 교육열로 우리 의식 속에 남아 있다.

앞으로 나는 가족들과 함께 세계유산에 지정된 아홉 곳의 서원은 물론이고, 전국의 서원들을 모두 둘러볼 계획이다. 우리 아이들이 한국의 서원에서 올곧은 선비의 마음가짐을 물려받아 학업에 힘쓰고, 웃어른을 공경할 줄 아는 바른 인재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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